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소소한 후기/책

[리뷰/책] 일인칭 단수 / 무라카미 하루키

by 랩장 2021. 5. 10.

일인칭 단수 / 무라카미 하루키

 책 날개의 프로필 사진이 50대 중반의 느낌이라 응, 그 즈음이시겠거니 생각했는데 무라카미 하루키 옹翁, 무려 1947년 생이다. 우리 나이로 일흔 둘. 초등생쯤 되는 손자가 있음직한 나이에 그는 여전히 재즈와 팝, 클래식과 야구 그리고 여자 취향의 글을 쓴다. 같은 소재를 참 꾸준하게도 쓰는구나 싶다가도, 작가로서 40년 넘는 시간 동안 한결같은 스타일을 유지하는 것만 해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. 여덟살과 열 아홉살을 오가고 있는 것은 나오코가 아니라 정작 하루키 자신이 아닐까.

이튿날 아침 일찍 수업이 있었고 더욱이 중간고사 대체로 중요한 레포트를 제출해야 했는데, 당연히 고스란히 건너뛰어버렸다. 우리는 점심때가 다 되어서야 일어나, 물을 끓여 인스턴트 커피를 마시고 토스트를 구워 먹었다. 냉장고에 달걀 몇 개가 남아 있길래 그것도 삶아서 먹었다. 맑은 하늘에 구름 한 점 없고, 아침 햇살이 몹시 눈부시고 나른했다.
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것이 영혼 깊숙한 곳의 핵심까지 가닿는 음악이었다는 것이다. 듣기 전과 들은 후에 몸의 구조가 조금은 달라진 듯 느껴지는 음악 - 그런 음악이 세상에는 분명히 존재하는 법이다.
제가 생각하기에, 사랑이란 우리가 이렇게 계속 살아가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연료입니다. 그 사랑은 언젠가 끝날지도 모릅니다. 어쩌면 결실을 맺지 못할지도 모릅니다. 하지만 설령 사랑이 사라져도, 사랑을 이루지 못한다 해도, 내가 누군가를 사랑했다, 연모했다는 기억은 변함없이 간직할 수 있습니다. 그것 또한 우리에게 귀중한 열원이 됩니다. 만약 그런 열원이 없다면 사람의 마음은 - 그리고 원숭이의 마음도 - 풀 한 포기 없는 혹한의 황야가 되고 말겠지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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